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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트럼프에 '패싱' 당한 뒤 분풀이 폭격

네타냐후 총리 측 인사들은 트럼프 행정부에 이스라엘 방문 일정을 추가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네타냐후 총리의 최측근인 론 더머 전략문제 담당 장관과 예히엘 라이터 주미 이스라엘 대사도 직접 워싱턴을 방문해 백악관과 협상에 나섰으나 결과를 얻지 못했다. 예루살렘포스트는 이 같은 ‘패싱’이 이스라엘 정부와 국민들에게 큰 충격과 실망을 안겨줬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 복귀한 이후, 네타냐후 총리는 가자지구에서 하마스와의 휴전 합의를 깨고 제약 없는 군사작전을 감행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이스라엘의 군사 활동에 대해 별도의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 2월에는 네타냐후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이 공동으로 가자지구 재건 구상을 발표해 국제사회의 논란을 자초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트럼프 행정부는 이스라엘의 전쟁 확대와 협상 거부 기조에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하마스에 억류됐던 미국-이스라엘 이중국적자 에단 알렉산더의 석방 협상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배제되었으며, 트럼프 행정부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재공세 계획에 대해서도 부정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석방이 "잔혹한 전쟁을 끝내는 마지막 단계가 되길 희망한다"고 밝혔지만, 하마스 완전 궤멸 같은 강경 조건은 언급하지 않았다.
더욱이 최근 예멘 후티 반군이 이스라엘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한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예고 없이 휴전 협상에 나서면서 이스라엘을 당혹스럽게 했다. 한편, 사우디아라비아 방문 중에는 시리아에 대한 미국의 제재를 전면 해제한다고 발표해 중동 정세에 새로운 변화를 예고했다.
이란 핵 협상 문제도 양국 간 이견을 명확히 드러내는 사안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걸프 3개국 순방은 미국과 이스라엘 간 분열을 더욱 선명하게 만들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걸프 국가들과의 경제적 협력 강화에 집중하며, 빠른 성과와 석유, 무역, 투자 계약을 우선시한다. 반면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 국가들은 지역 안정과 이란 핵 합의 복원을 중요하게 여기고, 팔레스타인 문제에 있어서도 ‘두 국가 해법’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 외교협회(CFR)의 스티븐 쿡 중동 담당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정책은 철저히 경제 중심의 국력외교”라며, 걸프 국가들의 국부펀드를 미국 투자원으로 간주하는 접근법임을 지적했다. 2017년 첫 임기 때와 달리 이번 순방에서 이란 핵 합의는 걸프 국가들의 핵심 의제로 부상했고, 하마스와 헤즈볼라가 약화된 상황에서 전반적인 지역 안정을 도모하고 있다. 사우디는 이란 핵 합의와 팔레스타인 문제에서 진전이 없으면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네타냐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역사상 가장 위대한 복귀’로 평가했으나, 이번 순방 일정에서 이스라엘이 제외되면서 외교적 셈법이 복잡해졌다. 폴리티코는 2020년 대선 당시 네타냐후 총리가 조 바이든 당선인에게 먼저 축하 메시지를 보낸 사실도 미국과 이스라엘 사이 불신의 씨앗이 됐다고 분석했다.
또한 트럼프 진영 내에서도 중동 개입에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선 기간 JD 밴스 부통령 후보는 “미국의 이익이 항상 이스라엘과 일치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이란과의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협상이 곧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한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
결국 폴리티코는 네타냐후 총리도 우크라이나 사태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본질이 군사적 갈등이 아닌 외교 재편과 수십억 달러 규모의 상업적 거래에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가자지구와 우크라이나 문제는 본질이 아닌 ‘방해 요소’에 불과하며, 그의 궁극적인 목표는 경제와 외교 전략의 재구성에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 중동 순방은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외교 정책과 이스라엘과의 오랜 동맹 관계가 충돌하며 양국 간 외교적 미묘한 균열을 드러내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평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