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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올라도 지갑은 안 열려..코로나 이후 소비지출 최대↓

전체 소득 증가는 근로소득, 사업소득, 이전소득 등 주요 소득원에서 고르게 나타났다. 경상소득은 525만3000원으로 4.2% 상승했고, 그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근로소득은 3.7% 증가한 341만2000원을 기록했다. 이는 상용근로자 수 증가와 임금 인상에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사업소득은 90만2000원으로 3.0% 상승했고, 이전소득은 87만9000원으로 7.5% 늘었다. 이전소득 중 공적 이전소득은 9.9% 증가해 2023년 4분기 이후 최대 증가폭을 보였으며, 친인척 간 용돈 등 사적 이전소득도 1.8% 증가했다. 재산소득은 6만원으로 6.2% 상승했으며, 경조소득과 보험금 등이 포함된 비경상소득은 21.1% 증가한 9만8000원을 기록했다.
이지은 통계청 사회통계국 가계수지동향과장은 “근로·사업·이전 소득이 모두 증가하면서 7분기 연속 가계소득이 상승했다”며 “특히 공적연금 수급자가 확대되면서 공적 이전소득 증가에 크게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소비지출은 물가 상승과 사회적 불확실성 영향으로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 1분기 가구당 월평균 가계지출은 407만2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했으나, 소비지출은 295만원으로 1.4% 증가하는 데 그쳤다. 물가를 반영한 실질 소비지출은 0.7% 감소해 7분기 만에 감소세로 전환했다. 실질 소비지출의 감소폭은 코로나19 확산 초기였던 2020년 4분기 이후 최대이며, 1분기 기준으로는 5년 만에 가장 큰 폭이다.
소비 항목별로는 식료품·비주류음료, 주거·수도·광열, 가정용품·가사서비스, 보건 분야에서 지출이 증가한 반면, 주류·담배, 의류·신발, 교통·운송 분야 지출은 감소했다. 식료품·비주류음료 지출은 44만4000원으로 전년 대비 2.6% 증가했으며, 특히 채소 및 채소가공품, 빵 및 떡류, 건강보조식품에서 지출이 늘었다. 주거·수도·광열비는 41만3000원으로 5.8% 상승했으나 주택 유지 및 수선비용은 오히려 5.2% 감소했다. 보건비는 23만1000원으로 2.2% 증가했는데, 입원서비스와 외래의료서비스 지출이 늘었으나 치과서비스는 8.1% 감소했다.

반면 교통·운송비는 32만3000원으로 3.7% 줄었다. 육상운송 및 운송기구 연료비 지출은 증가했으나 자동차 구입비와 기타 운송비가 각각 12.0%, 13.0% 감소한 영향이다. 주류와 담배 지출은 각각 4.1%, 4.4% 줄어 전체 4.3% 감소한 3만5000원으로 집계됐다.
소비 외 지출에 해당하는 비소비지출은 112만3000원으로 전년 대비 4.4% 증가했다. 경상조세는 14.0% 증가했고, 가구 간 이전, 비영리단체 이전, 사회보험 지출도 늘었다. 반면 이자비용은 6.9% 줄어 가계 금융비용 부담은 일부 완화됐다.
가구당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은 422만8000원으로 4.5% 상승했다. 처분가능소득은 가구 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을 뺀 금액으로, 소비지출과 저축, 부채 상환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소득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흑자액은 127만9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3% 증가했고, 흑자율도 30.2%로 2.1%포인트 상승했다. 흑자액은 저축이나 자산 구입, 부채 상환 등에 쓸 수 있는 여윳돈을 뜻한다.
평균소비성향은 처분가능소득 대비 소비지출 비율로, 69.8%로 전년 대비 2.1%포인트 하락해 가계가 소득 대비 소비를 줄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지은 과장은 “소비지출 증가율이 소득 증가율을 밑돌면서 가계 여유자금이 증가했지만, 고물가와 정치·사회적 불안정으로 실질 소비는 감소한 상황”이라며 “특히 내구재와 준내구재 품목인 자동차 구입과 의류·신발에서 소비가 눈에 띄게 줄었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 결과는 코로나19 이후 완만한 경제 회복세와 더불어 고물가 부담, 정치적 불확실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가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상반되게 나타난 점을 시사한다. 소득 증가에 힘입어 가계 여윳돈은 늘었으나, 소비심리는 약화돼 소비가 위축되는 현상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이 향후 가계 소비 패턴과 경제 전반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