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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먹었는데 혈압이 '뚝'..김·미역·다시마의 놀라운 힘

이번 연구는 총 1583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실시된 29편의 무작위 대조시험(Randomized Controlled Trials·RCT)에 대한 메타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참가자들은 미역, 김, 다시마 등 해조류를 다양한 형태로 가공하거나 보충제 형태로 섭취했으며, 이를 통해 혈압 수치에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지 연구진은 체계적인 통계 분석을 시행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해조류를 꾸준히 섭취한 그룹은 수축기 혈압이 평균 2.05㎜Hg, 이완기 혈압이 1.87㎜Hg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치는 작아 보일 수 있지만, 고혈압은 심혈관 질환, 뇌졸중 등 다양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는 만큼 이러한 감소 폭은 의료적 의미가 크다고 연구진은 강조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해조류 중에서도 ‘스피루리나’의 효과가 가장 두드러졌다는 것이다. 스피루리나는 담수조류의 일종으로, 건강 보조식품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이를 섭취한 참가자들의 경우 수축기 혈압이 평균 5.28㎜Hg, 이완기 혈압은 3.56㎜Hg까지 감소하는 효과를 보였다. 특히 하루 섭취량이 3g을 초과할 경우 혈압 강하 효과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으며, 이는 섭취량과 효과가 일정 부분 비례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혈압 개선 효과는 고혈압, 비만, 당뇨 등 대사질환의 위험 인자가 있는 사람에게서 훨씬 강하게 나타났다. 해당 질환이 없는 건강한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위험군에서는 혈압 감소 효과가 3배 이상 높게 관찰된 것이다. 이는 해조류가 단순한 건강 유지뿐 아니라 고위험군의 예방적 관리에 있어서도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수축기 혈압과 이완기 혈압에 대한 반응 속도에도 차이가 있었다. 수축기 혈압의 경우 비교적 단기간 섭취만으로도 개선 효과가 관찰됐으나, 이완기 혈압은 12주 이상 장기간 섭취했을 때에만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변화가 발생했다. 이는 해조류의 혈압 조절 효과가 복합적인 생리기전에 의해 영향을 받으며, 단기적 효과와 장기적 효과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다만 연구팀은 해조류의 섭취에 있어 몇 가지 주의사항도 함께 언급했다. 특히 미역이나 다시마처럼 대형 해조류는 요오드 함량이 높아 과잉 섭취 시 갑상선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해양에서 유래한 중금속이 축적될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따라서 식이요법으로 해조류를 활용할 경우 하루 섭취량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고, 가급적 안전성이 확보된 제품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가 제시한 혈압 개선 효과가 ‘해조류라는 식재료의 기능성’에 대한 재조명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특히 한국과 일본 등 해조류 섭취가 전통적으로 활발한 지역에서는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식단 관리가 고혈압 예방 및 치료 보조 전략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평가다. 연구를 이끈 플리머스대 관계자는 “식이 습관 변화만으로도 혈압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특히 대사질환 고위험군은 해조류 섭취를 식단에 포함시키는 것이 예방적 차원에서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해조류의 항산화 성분과 식이섬유, 칼륨 등의 영양소가 혈압 조절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기존의 가설을 뒷받침하는 실증적 근거로 활용될 전망이다. 향후 해조류 관련 건강 기능식품 개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